2022 카타르 월드컵 장막 뒤에 가려진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

카타르 도하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 가디언 캡처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은 과연 세계인 ‘모두’에게 축제일까. 27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건설 현장의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생명을 위협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인권 감시 기구 휴먼라이트워치(HRW)의 걸프 지역 노동자들의 여름 노동 환경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매년 극심한 더위로 사망하고 있지만, 카타르 정부는 사망원인에 관한 조사나 이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월드컵 조직위인 ‘카타르 2022 최고 위원회’는 월드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복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주장한다.

또 지난 2015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월드컵 공사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노동자는 10명이며 그 중 8명은 심장마비와 호흡부전과 같은 “업무와 연관되지 않은 사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HRW는 성명서를 통해 “(카타르 2022 최고 위원회가) 사망원인과, ‘더위 스트레스’ 같은 노동 환경과 연관돼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조직위를 비판했다

영국의 기상청이 카타르 도하의 2016년 한해 날씨를 분석한 결과, 건강에 이상이 가지 않으면서 실외에서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기존 기후에 익숙한 사람에게조차 1,176시간 정도였다. 하루 노동 시간을 9시간으로 잡아도 약 130일에 불과하다. 2007년 카타르 정부도 6월 15일부터 8월 31일 사이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의 실외 노동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됐다. 하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해 4월 사망한 월드컵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 잘레슈와르 파라사드(48)가 업무가 아닌 기존에 앓고 있던 심장병에 의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파라사드가 사망한 전날인 4월 26일 카타르의 기온은 39도였다.

HRW의 중동 책임자 사라 레아 윗슨은 “카타르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실외 노동 제한과 규칙적인 조사 및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정보를 공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시간이나 날짜가 아니라 안전한 기온에 맞춰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카타르의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지난 5월 경기장 중 가장 먼저 완공된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을 공개했다. 가디언 캡처

이 밖에도 카타르 월드컵은 엠네스티 등 인권단체들로부터 이주노동자 착취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엠네스티가 발표한 보고서 <아름다운 경기의 추한 단면: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카타르에서 벌어지는 노동 착취>에 의하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노동 및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항의할 시 고용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엠네스티는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 주요 월드컵 후원사들이 국제축구연맹에게 건설 현장의 노동자 착취와 인권침해 개선 계획을 공개하라고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지난 5월 2022년 월드컵 준결승이 치러질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을 공개했다. 경기장엔 에어컨도 설치돼 있다. 5년 뒤 이곳에서는 수많은 이들의 함성과 환호가 울려 퍼질 것이다. 사막의 뙤약볕 아래 신음하던 이주노동자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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