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 인분 세례… 부끄러운 한국인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최종편집 : 2013-09-26 09:32

이주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또 생겼습니다. 경기도 한 농장에서 농사일에 종사하던 이주 노동자 여성이 일이 힘들다고 항의하자 고용주가 인분을 퍼 부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행위를 하기 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 지는 좀 더 알아 봐야 겠습니다만, 인분을 투척한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특별 대우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걸맞는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이주 노동자들과 이주 노동자를 돕는 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입니다.

한 이주 노동자가 당한 황당한 일에 대해 이주 노동자 지원단체 김이찬 대표와 SBS 러브 FM 한수진의 SBS 전망대가 나눈 인터뷰 간추려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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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경기도 한 농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착취와 폭언은 물론 인분 세례를 맞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관련해서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지금 이 외국인 노동자분들과 함께 계시다고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네. 지금 쉼터에 머물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황 설명부터 해주실까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한 30대 초반 여성 노동자가 일을 너무 늦게 한다. 일 속도가 너무 느리다. 라는 이유로 사장님이, 100m 정도 되는 비닐하우스가 있는데요. 고랑에 물도 차고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그곳을 삽으로 땅을 파내는 일을 시킨 모양입니다. 이 노동자가 다른 대여섯 명의 노동자들과 같이 일을 해 왔는데 저한테는 왜 이런 일을 주십니까. 라고 항의를 하니까, 시키는 것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마라. 라고 해서 무급으로 휴업을 한 동안 했습니다. 그래서 이 노동자가 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담기관에 가서, 생활이 힘들다. 라고 이야기한 사실에 대해서 사장님이 화를 내면서 이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기숙사. 기숙사라고 해도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샌드위치 패널로 이루어진 가건물인데요. 거기 와서 욕설을 하면서 삽으로 사람 똥을 집어 던진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었고 노동자들은 저희에게 휴대전화로 찍은 똥을 보여주면서 무서워서 호소할 곳이 없다고 호소 하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왜 다른 일을 시키느냐고 항의하니까 일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외국인 상담 센터에 가서 상담을 했더니 화를 내면서 숙소에 인분까지 뿌렸다고 하는 것이군요. 또 심한 폭언을 하셨다고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네. 노동자들의 이야기로는, 너희는 그저 똥이랑 똑같다. 이런 류의 욕을 들은 것 같습니다. 기분이 안 좋았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이런 대우를 받아도 제대로 항의도 못 하고 있는 거죠?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항의를 했을 때 받은 대우가 방에 똥이 들어오는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조금 더 이런 문제를 공론화 된 장에서 다루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지금 일부 농어촌 지역 같은 경우는 외국인 노동자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처우가 안 좋은가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그렇습니다. 예컨대 2~30대의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에서 한국인 노동자가 있을까요.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외국인 노동자 분들이 없으면 비율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만, 한국 농촌에서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농업 고용주들이 말씀하시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느 나라 출신인가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캄보디아 출신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멀리 한국까지 오셨을 때는 꿈이 있어서 왔을 텐데 말이죠.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네. 다 짧은 시간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다들 소박한 꿈들이 있죠. 작은 가게를 짓는다거나 그런 꿈이요.

▷ 한수진/사회자:

한국에 와서 많이 실망했겠네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글쎄요. 지금은 실망했다기보다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싶은 것 같아요.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서 문제가 잘 풀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계속 일하는 건가요. 고국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여기까지 오는 것이 어려웠고 한국에 들어올 때 2,5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온지 4개월 만에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죠.

▷ 한수진/사회자:

이 농장만의 일일까요. 아니면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요새 쉼터에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오는데요.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아요. 보통 한 달의 이틀 휴일이 보편적입니다. 바쁠 때는 이틀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고요. 그래도 월급은 100만 원 선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런 폭언도 있고 말이죠. 해당 농장주는 전화로 입장을 듣고자 했는데 안 되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떻습니까. 이런 경우에 농장주도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항변하기가 쉽지 않고요. 그리고 아마 여러 분들이 있지만 국민들 중에도 회사로부터 일종의 폭행을 당했습니다. 라는 내용을 노동청이나 경찰에 신고하기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온지 4개월 만에 낯선 땅에서 행정당국에 진정을 하고 고소를 하고 이렇게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관계 기관들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공정하게 바라보려고 한다면 희망은 있는 거겠죠.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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