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전으로 밀린 급여 지급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다


경남의 한 건축업자가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4명에게 밀린 급여 440만원을 동전 2만2802개로 지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업자는 은행 6곳을 돌면서 동전을 준비했고 100원짜리 1만7505개, 500원짜리 5297개를 자루에 담아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쏟아부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동전을 합숙소인 원룸으로 들고 가 분류작업을 한 뒤 은행에서 환전하려 했다. 그러나 ‘동전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가서야 5만원권 등 지폐로 간신히 바꿀 수 있었다고 하니 이들이 타국 땅에서 느꼈을 모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업자는 자신도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이주노동자들이 급여가 밀렸다는 이유로 출근을 안해 홧김에 동전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 없다. 이런 업주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임금을 동전으로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수만개 동전으로 지불했다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법 준수 이전에 인간존중과 인권에 관한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 공통규범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드러난 것일지 모른다. 2004년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시행된 후 이주노동자들이 밀려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60만명을 넘고 있다. 상당수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환경과 근로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메워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노동 현장에서는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욕설과 폭행, 임금체불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을 사회적 약자라 해서 단순한 경제적 도구로만 여겨선 안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불된 임금의 동전지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지폐로 지급하거나 본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악덕 기업주도 문제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소홀한 당국도 문제다. 경제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이주노동자를 인식해야 하며 그들의 ‘코리안 드림’을 짓밟는 악의적 인권 유린이 재발하도록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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