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시선]아이들 눈에 비친 외국인 노동자

조영관 |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얼마 전 강원도 홍천에 있는 초등학교에 법교육 강의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차로 꼬박 두 시간, 고속도로를 벗어나 굽이굽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시골길을 제법 달려 마주한 산촌마을, 전교생이 서른여섯 명인 작고 아담한 학교였다. 5학년과 6학년인 13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한 교실에 모여 앉았다. 선생님보다 더 능숙하게 사회를 보던 6학년 친구의 진행으로 법과 관련한 짧은 강의와 질문과 답변 형식의 토크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아이들의 질문 수준이 상당했다.

[별별시선]아이들 눈에 비친 외국인 노동자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 사람을 한국 사람과 똑같이 대우해야 할까?”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던 내용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분위기를 한번 몰아가봤다. “외국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은 일하다가 언젠가 자기 나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잖아,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한국 사람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해주면 우리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닐까? 어디 손 한번 들어볼까?”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번쩍 든 아이도 있었고, 고민 끝에 살며시 손을 올린 아이도 있었지만 놀랍게도 13명의 아이들 모두 외국인을 우리나라 사람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들뜬 감정을 애써 누그러뜨리며 “왜 그렇게 생각해? 외국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에 이런저런 문제도 생기잖아”라고 묻자, 맨 앞자리에서 조용하게 앉아 있던 한 아이가 대답했다. “그런 걸(차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을 되뇌었다. 차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을)은 ‘우리나라 청년들 대학까지 나와서 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대우받기를 싫어한다. 막장인생 된 것으로 느낀다’고 하면서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하면 200만원 주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100만원만 줘도 된다. 그 100만원을 가져다가 청년들에게 300만원 주면 우리 청년들에게 자긍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경제·노동정책의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하지만, 인권 선진국을 자임하는 나라의 국회의원의 공식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혐오와 차별에 대한 맹목, 법과 국제인권규약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반인권적 인종차별 발언이다. 

게다가 산업연수생제도는 완벽히 실패한 제도다. 똑같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일 배우는 연수생’으로 이름표만 바꿔달고 모든 권리를 빼앗았다. 한 달에 수백 시간 일을 시키면서 월급은 50만~60만원에 그쳤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일하다 다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사업장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신분증을 빼앗는 경우가 허다했는데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장을 이탈하는 비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로 전환되면서 대부분 없어졌지만, 아직도 일부 남은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들의 경우 최근까지도 한 달에 평균 300시간 일하면서 겨우 85만원을 받고, 일하다 다쳐도 치료는커녕 회사에 의해 강제출국을 당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2007년 헌법재판소가 산업연수생제도는 외국인 근로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제도로 ‘위헌’이라는 뒤늦은 사망선고를 내렸을까. 홍 의원의 주장은 현대판 노예제도를 되살려 외국인들의 임금을 빼앗아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자긍심이란 결코 다른 사람의 월급을 빼앗아 내가 돈을 더 받는다고 생기는 천박한 감정이 아니다. 자긍심은 무릇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생겨난다. 부정한 권력의 특권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스스로 흘린 땀방울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 그 출발이다.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언제나 어린이는 옹졸하고 부족한 어른들의 아버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72115005&code=990100#csidxc1e1cf0f851e950aa0c39cfb7c29b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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