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무덤으로 변한 지중해…대책엔 유럽내 ‘딴소리’

13일 이탈리아 해군이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난민선을 타고 오다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좌초한 이들을 구조하는 동영상 장면을 공개했다. 람페두사/AFP 연합뉴스

아프리카 이어 시리아서도 급증
선박 전복으로 참사 잇따라
이탈리아, 순찰·경계 늘리기로
독일 등 내륙국가들 ‘시큰둥’
‘도착 국가 망명’ 규정 비판도

지난 3일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가던 난민선 침몰로 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8일 만인 11일, 또다시 난민선이 전복돼 30여명이 숨졌다. 다행히 이번엔 몰타와 이탈리아 정부의 발빠른 구조 활동으로 나머지 승객 200여명은 목숨을 건졌다. 잇따른 ‘보트피플’의 참사를 계기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난민들의 인도적 처우를 개선하려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중해 난민’은 전쟁과 폭력,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이탈리아·스페인 등으로 가는 아프리카 출신이 대부분이다. 튀니지·리비아·이집트 등지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중앙지중해 루트’, 알제리 등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서부지중해 루트’, 중부아프리카에서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등으로 가는 ‘서부아프리카 루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중앙지중해 루트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는 2012년에만 1만380명이 중앙지중해 루트를 거쳐 이탈리아로 건너갔다고 집계했다.

문제는 지중해 난민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래 튀니지·리비아·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에선 쿠데타·테러 등이 잇따르고 있다. 지중해 동쪽 시리아에선 2년6개월 동안 피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20여년째 무정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예멘과의 갈등으로 잠잠한 날이 없는 에리트레아 등에서도 꾸준히 난민이 넘어오고 있다.

시리아 출신 난민들은 이전엔 대부분이 레바논·터키·요르단·이집트 등 인접 이슬람 국가들로 피신했다. 그런데 최근엔 이집트·터키 등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4600여명의 시리아인이 이탈리아로 입국했으며 이 중 3분의 2가 8월 이후에 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로 온 시리아인들은 지난해에는 369명이었다. 내전의 장기화로 이웃 국가들이 더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 어려워진 상황 탓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람페두사 해역에서 좌초한 배에 타고 있던 이들 대부분은 시리아 또는 팔레스타인 출신이었다.

난민이 몰려드는 몰타와 이탈리아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11일 “상황이 개선되려면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이 희생돼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우리(유럽연합)가 이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지중해에 무덤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문제는 아프리카-이탈리아 문제가 아니라 아프리카-유럽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 내무 담당 집행위원도 “유럽연합 10개국이 망명 희망자의 90%를 떠안고 있다. 나머지 17개국도 부담을 져야 한다. 유럽 공동의 난민·이민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이탈리아는 남지중해에서 해상·공중에서의 순찰·경계 인력과 장비를 세배 늘리기로 했다. 지난 8일 룩셈부르쿠에서 열린 유럽연합 내무장관 회의에선 스페인부터 키프러스까지 지중해 전역에서 난민선 추적·구조·수색 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유럽국경감시기구인 ‘프론텍스’가 이를 관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제 위기에 허덕이는 남부유럽 국가들의 힘겨운 상황을 다른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할지는 미지수다. 프론텍스 예산은 2011년 1억1800만유로에서 2013년엔 8500만유로로 오히려 줄었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아프리카 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독일의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난민 대부분은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유럽의 사회복지 혜택을 받으려는 경제적 난민”이라고 말했다. “유럽으로 피난 온 난민은 도착한 첫 국가에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는 더블린 조약이 유럽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도덕적 의무감을 덜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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