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법]사장님에게 몸과 마음 다친 우옹, 왜 ‘죄인’이 되어 한국을 떠났나

소라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ㆍ여성 이주노동자, 성폭력 신고 꺼리는 이유

[공감하는 법]사장님에게 몸과 마음 다친 우옹, 왜 ‘죄인’이 되어 한국을 떠났나

캄보디아 여성 우옹(가명)은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돈을 벌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돌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한달 월급이 캄보디아의 1년 월급보다 많았습니다. 한국행을 원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넘쳐났습니다. 우옹은 한국어 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간 한국에 오지 못했습니다. 한국 고용주들이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사장님이 자신을 선택해 주었을 땐 기적만 같았습니다. 고마운 사장님을 하느님처럼 여겼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3년 만에 드디어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에 사장님 번호를 ‘아버지’라고 입력했습니다.

우옹은 경기도 부근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상추 재배를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해질 때까지 일하고, 주말에는 사장님 숙소로 가서 설거지, 청소, 빨래를 했습니다. 사장님이 시키는 일은 뭐든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사장님이 재고용해주어야 한국에서 오래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한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사장은 우옹을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일을 마친 후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 날, 사장은 술에 취한 우옹을 성폭행했습니다. 성폭력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이후 수차례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농장을 떠나 다른 농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무언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어서 계속 참았습니다. 사장님의 아래 있어서 생활하는 게 지옥 같기도 했고 제가 사람 같지도 귀신 같지도 않았는데도 계속 참은 이유는 사업장 변경서류 때문이었습니다.”(우옹 진술서 중)

농촌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습니다. 옆 공장이나 농장에서 월급을 더 준다고 그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한국에 들어올 때 계약한 곳에서만 일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직장을 바꾸면 소위 ‘불법’ 체류자가 되어 강제추방당할 수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놓은 사유가 있을 때만 노동부 고용센터의 허가를 받아 직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깻잎 따는 이주여성들이 지낸 비닐하우스에 패널로 만든 숙소. 이주민과함께 제공

깻잎 따는 이주여성들이 지낸 비닐하우스에 패널로 만든 숙소. 이주민과함께 제공

성폭력 피해 같은 인권 침해가 있으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는 말이 노동부 지침 구석 어딘가에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옹은 알지 못했습니다. 센터 담당자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령 아는 경우에도 고용센터에서는 형사 유죄 판결문을 증빙자료로 요구해 사업장 변경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옹은 1년 만에 교회 선생님의 신고로 경찰 도움을 받아 농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곧바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경찰은 우옹에게 성폭력 피해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우옹은 1년간 지속된 십여차례의 피해를 구별하여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충분한 법률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했습니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사장은 우옹이 말한 피해 날짜 중 하루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시했습니다. 그 뒤 검찰은 오히려 우옹을 범죄자 다루듯 했고, 우옹은 마지막 검찰 조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검찰은 사장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불기소 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사건 지원을 맡아 항고와 재정신청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수사 과정에서 꼬인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뒤늦었습니다. 

“저는 지금 미친 사람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다고 얘기를 하고 나서는 너무 수치스럽습니다. 가끔씩 죽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얘기를 했지만 결과는 제가 다른 사람을 속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략) 저는 다른 사람처럼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고 싶고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우옹 진술서 중)

결국 우옹은 한국을 떠났습니다. 

우옹의 숙소는 외딴 비닐하우스 농장 한가운데 있는 컨테이너 박스였습니다. 숙소는 문이 잠기지 않아 사장이 아무 때나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취약한 주거환경 때문에 성폭력이 쉽게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200여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와 주거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답변자 중 67% 이상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박스 같은 가건물에서 지낸다고 답변했습니다. 고용주가 마음대로 숙소에 드나든다고 답변한 사람이 35.7%, 욕실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답변이 26.5%, 침실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답변이 26.5%를 차지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일할 장소와 집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옆에 다른 컨테이너는 있는데 사람이 없어요. (중략) 밤에 너무 무서워요. 그쪽에는 낮에도 조용하니까 너무 무서워요.” “가끔 우리가 목욕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욕실에 와서 문을 열었어요. 그때는 우리가 너무 깜짝 놀라고 너무 무서웠어요.” 

포천의 한 기숙사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농장주는 “그냥 밭에다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경상도의 어느 깻잎 농장에서는 비가 오면 방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벽에 곰팡이가 피는 컨테이너 박스를 기숙사로 제공했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이주여성을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시켰습니다. 

응답자 중 12.4%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성폭력 피해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 일터인 농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가해자의 64%가 한국인 고용주 또는 관리자였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경험한 이주여성 대부분은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말도 모르고 경찰서도 어디 있는지 몰라 신고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신고를 해도 일터를 바꿀 수 없고, 오히려 한국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이주노동자를 불러들였다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캐나다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하기 전에 반드시 숙소 점검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숙소 점검표에는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는 물론, 화장실과 욕실 잠금장치, 충분한 냉·온수, 영구적 난방시스템, 환기장치와 방충망에 이르기까지 숙소 내·외부의 안전과 위생에 대한 상세한 기준이 담겨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미리 숙소 점검을 실시해서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은 사용자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될 숙소가 안전과 보건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인증서 사본이 부착되어 있지 않은 시설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도록 규율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에 대한 기준과 점검 절차가 아예 없습니다. 사용자가 외국인 고용을 신청할 때 우리 정부는 숙소 상황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비가 오면 침수되는 가건물이 숙소로 제공되어도 무방합니다. 올 초 정부는 숙소 기준은 내버려둔 채 숙식비 공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던 사용주들이 월급에서 월 20만~30만원을 숙소비용으로 떼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숙소 환경은 손대지 않고, 숙식비 공제의 근거만을 마련해준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심사·허가하고 사용자와의 계약을 중개하는 이상, 현재와 같은 비인간적인 주거 환경에 대해서는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할 때 숙소 상황 사전점검을 의무화하고, 숙소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외국인 고용을 불허해야 합니다. 또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 이주노동자에게 숙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해 줘야 합니다. 만약 숙소 상황이 계약 당시 조건과 일치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현재 공감을 비롯한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용득 의원 대표발의)을 국회에 발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장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조문과 지침 몇 개만 손봐도 수많은 이주여성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줄 수 있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031730005&code=940100#csidx1b875fdb8bf027295239a4a67cb0a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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