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라 뒤집어라" 고용부, 뜬금없는 외국인 근로자 단속

20년간 방치하다 법대로… 탁상공론의 좋은 예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4.11 15:53:20

[프라임경제] 지난 20년간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민간 취업 알선을 사실상 방치하던 고용노동부(고용부)가 뜬금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자 관련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초 고용부 각 지청은 직업소개소 사업자들에게 '외국인근로자 취업 관련 법 규정 및 자율시정 권고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주 내용은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고법)에 따라 민간 직업정보제공 및 알선업체가 외국인 취업에 개입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고용부 각 지청은 민간직업소개소에 외국인근로자 취업 금지에 대해 단속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 프라임경제


외고법 제8조 제6항은 '직업안정기관이 아닌 자는 외국인근로자의 선발, 알선, 그 밖의 채용에 개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대책 없는 단속… 고용부의 탁상공론

법무부 통계를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6년 10월 기준 약 200만명으로 외국국적동포는 77만3108명, F-4비자(재외동포) 26만 8015명, H-2비자(방문취업) 23만9961명, F-5비자(영주) 8만5018명이다. 이 중 재중동포는 65만1535명.

국내 1만5000여개의 민간 직업소개업체가 재중동포 약 65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 간병, 가사파출, 식당, 공장, 농장 등 3D업종으로 내국인들이 기피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실정이다.

건설 일용근로자의 경우 일평균 내국인과 재중동포를 합쳐 65만~75만명 정도가 알선되는데 이 가운데 재중동포는 39%인 25만~29만명 수준이다.

▲지난 2016년 고용센터를 통해 취업한 사람은 82만8498명으로 29.8%의 취업률로 나타났다. ⓒ 고용노동부


고용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센터는 전국적으로 89곳이 있으며 2016년 277만9343명의 구직자 중 82만 8498명을 취업시켰다. 이는 29.8%의 취업률로 국내 구직수요를 전혀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65만여명의 재중동포들을 추가 취업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일용직이 아니라 주로 상용직을 취업매칭시키는 고용센터가 재중동포의 일자리까지 구할 역량이 안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고용부의 밀어붙이기 식의 단속은 결국 시장의 음성화를 키울 뿐 아니라 외국인 취업시장을 경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고용서비스협회 관계자는 "일용직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은 똑같이 지급되고 있다. 당연히 현장에서도 내국인을 선호하지만 내국인의 3D업종 기피현상으로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응대했다.

이어 "3D업종 노동시장에 필요한 인력을 취업알선시킬 역량이 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단속해 외국인 고용시장을 마비시킨다면 국내 노동시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바닥 뒤집듯 대화 무시한 고용부

지난 2013년 12월13일 대통령 주재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회의에서 난제가 생겼다. 방문취업 동포(H-2)는 현재 법령에 따라 고용센터에서만 취업알선이 가능하지만 현재 고용센터가 이들의 취업알선을 미스매칭 없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이들에 대한 직업상담을 현장에서 수시로 해 고충을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엔 방문취업 동포 대부분이 민간 직업소개소의 취업알선이 사실상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해 양성화해야 한다고 결론이 났다.

즉,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도 이미 공공에서 외국인 동포에 대한 취업 알선이 올바로 이뤄지기 어려우니 이를 양성화해 민간에서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후 2014년 '재중동포에 대한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양성화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결과 소개알선할 수 있도록 양성화하라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더불어 전국고용서비스협회와 고용부는 2015~2016년에 10여 차례 이상의 간담회를 통해 "당장 법 개정은 어려우나 2017년엔 검토해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내용을 조율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대화와 연구를 손바닥 뒤집듯 무시한 고용부가 갑작스레 대대적인 민간 외국인 고용금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황정호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그간 민원접수가 된 업체만 단속해 사법처리했었는데 최근 관련 민원이 증가했고,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법에 따라 점검필요를 느껴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이는 연구용역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유예기간이 3주 정도로 짧아 당장 자율시정이 어렵다는 항의가 있어 기간 조정을 논의 중"이라며 "당장 공공에서 외국인 일자리 알선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법 준수를 위해 기존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외국인 근로자 민간취업 알선 단속의 충격완화를 위한 단계적 대책이나 제도개선 관련 구체적 논의는 아직 고용부 내에 없으며,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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