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좋은교육연구소 대표와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4월 충북 청주의 ‘네팔 쉼터’에서 한국의 근로기준법 등 노동기본법을 네팔어 등으로 번역한 ‘노동기본권’ 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백종원 대표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법 번역 앱 개발을 시작했다. |백종원씨 제공
충북 청주의 한 시민단체가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등 노동기본법을 외국어로 서비스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나섰다.
네팔어와 영어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뒤 다른 언어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과 청주·부산 등지의 시민단체들이 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시민단체 좋은교육연구소 대표인 백종원씨(29)는 지난 13일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법 번역 앱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 4월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알고 지내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네팔어로 번역된 ‘노동기본권’을 선물했다가 반응이 좋아 시작한 일이다.
백씨는 2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많은 이주민들은 외딴 일터에서 기숙하면서 살고 있고, 자신이 노동권을 침해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네팔어로 된 노동기본법 조항들을 보더니 이것 저것 제게 물었다. 그분들은 이런 내용을 다른 이주민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주민 인권 관련 시민단체 중에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백씨는 직접 프로그램 개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청주에서는 앱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이 없어 이달 초 서울로 올라왔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로 추천서를 써 준 덕분에 사설 학원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개발자 조나단씨와 디자이너 오지연씨가 앱 개발에 합류했다. 많은 이주민들이 통신사에서 저렴하게 배포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공짜폰’을 쓰고 있는 점을 고려해 앱은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키로 했다.
백종원씨가 개발 중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화면. 백종원씨 제공
이 소식을 들은 부산의 시민단체인 ‘이주민과 함께’는 자신들이 출판한 ‘이주민을 위한 노동기본법’ 책 내용을 이 앱에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네팔어, 캄보디아어 등 13개 언어로 한국의 노동기본법을 설명한 책이다.
백씨가 개발 중인 앱은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상황별 대처방법’, ‘인근 이주노동센터 소개’ 서비스 등이 이주노동자들의 언어로 제공된다. 인근 이주노동센터에 e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도 담았다.
백씨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에게 자주 묻던 질문들을 선정해 ‘상황별 대처방법’에 담았다. 현재 개발 중인 앱에는 ‘사장님이 이유없이 욕을 할 때’, ‘회사를 바꾸고 싶을 때’ ‘노동청에 신고하려면’ ‘최저시급을 확인하고 싶을 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백씨는 다음달 서울의 한 시민단체를 방문해 이주민들이 답을 듣고 싶어하는 사례를 수집하기로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좋은교육연구소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연구하는 비영리 교육단체다. 교육용 보드게임 등을 제작하고, 이주민 자녀가 많이 있는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청주에는 이주민들도 많고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머무는 쉼터도 있다. 이곳을 통해서 이주노동자 현실을 알게 됐다”며 “네팔 이주민들이 자신들도 어려운데 다른 이주민을 돕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저는 선주민인데도 불구하고 이웃에게 관심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하는 앱은 오는 11월 완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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