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안찾아간 보험금 11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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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전에 신청해야 수령 가능
미등록체류가 돈 더벌어 기피
신청방법·가입사실 모르기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가 퇴직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입하고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이 지난해까지 1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휴면 보험금 중 53%가량이 미등록체류, 즉 불법체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0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국내에 방문취업(H2)·비전문취업(E9) 비자를 취득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출국만기보험(퇴직금)과 귀국비용보험(항공편 비용) 중 2만3436건, 112억여 원이 찾아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보험은 국내로 외국인 인력을 보내는 16개 송출국 출신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보장하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들이 허가된 기간을 넘겨 국내에 남아 있는 일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됐다. 삼성화재가 위탁 사업자다. 외국인 노동자는 출국 전 신청해 공항 등 출국장에서 받아야 하며, 국내에서 받지 못했다면 현지 송출기관을 통해서 받아야 한다. 보험 시효가 지난 휴면 보험금은 산업인력공단이 넘겨받아 주인을 찾아주는 구조다. 

거액의 돈이 주인 없이 남아 있지만 미지급된 퇴직금인 셈이기 때문에 투자 등에 운용할 수도 없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휴면 보험금 가운데 지난해 32억 원 등 지금까지 외국인 노동자에게 97억여 원을 돌려줬다”며 “불법체류 이후에도 신청하면 언제든 받아 갈 수 있는 돈으로, 해외의 송출기관이나 외국인 노동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출국 전엔 보험금 지급이 허용되지 않기에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 가입한 사실조차 잊어버려 돈을 찾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미등록 체류 상태로 국내에서 더 일하면 보험금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보험금을 타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게 산업인력공단의 설명이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의벗 사무국장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출국만기보험으로 충당되지 않는 퇴직금의 차액 등은 외국인 노동자가 직접 계산하고 회사에 청구하는 절차적인 문제 등도 있다”고 말했다. 한기현 화성 태국이주노동자쉼터 활동가는 “정책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며 “보험에 대한 사전 교육도 부족하고, 언어소통이 불편한 외국인 노동자가 출국이 임박해 보험금을 신청해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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