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외국인에 한글로 안전교육하는 고용부
산재교육 '안전앱' 활용도 '제로'에 가까워
입력 : 2014-05-12 오후 6:30:51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교육을 위해 대책을 내 놓고 있지만 '언어장벽'을 고려하지 않거나 교육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기기용 통역앱 '위기탈출 다국어회화'는 한글로만 배포돼 있어 접근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특별 산재 대책 중 하나로 이 앱의 보급확대를 약속했다.
 
12일 '위기탈출 다국어회화' 앱을 개발·보급한 안전보건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위험 상황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이 앱의 다운로드 수는 5만9000여 건. 고용부는 이를 토대로 활용도를 더 높힌다며 현 13개국 1000개 문장이 등록된 것에서 1300개 문장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위기탈출 다국어회화앱 인터페이스 화면.(사진=안전보건공단)
 
그러나 실제 외국인 근로자가 이 앱을 다운로드 받기는 어렵다.
 
앱이 한글로만 배포 돼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스마트기기 보급률도 낮은 탓이다. 실제로 앱마켓에서 해당앱의 평가는 대다수 한국어로 남겨져 있으며, 일부 사용자는 한국인이면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사용후기를 남겼다.
 
스마트폰 부품 조립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Rina(필리핀·여·30) 씨는 "작업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하는데 어떻게 현장에서 활용하라는 것이냐"며 "앱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봤다"며 "동료(외국인 근로자)중에는 앱을 활용할 전자기기 자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앱의 디자인 등 활용성 자체도 도마에 올랐다.
 
20여년 간 미국에서 보건업에 종사하다 현재 한국에 와 비즈니스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Greg(미국·남·35) 씨는 "회사가 안전규범을 어겼을 때 어떻게 신고하는지, 다쳤을 때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어디에 가야 하는지 등 정작 필요한 내용은 없고 평이한 문장들만 나열 돼있다"며 "차라리 포털 사전을 쓰는 게 검색도 더 빠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작은 종이책이 비용이나 접근성 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을텐데, 굳이 앱을 개발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이유로 고용부의 또 다른 계획인 'Wish Mall' 웹사이트 구축에도 물음표가 던져진다. 고용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안전보건정보를 신청해 제공 받을 수 있는 'Wish Mall' 웹사이트를 안전공단 홈페이지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는 기초안전보건교육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E9 비자(비전문취업)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의무 교육을 할 때 해당 앱은 물론 (Wish Mall 등) 다른 정보를 안내하면 되 홍보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2박3일간의 의무교육 중 기초안전보건교육은 4시간에 불과하다.
 
외국인 노동자 J(필리핀·여·33) 씨는 "일에 투입 되기 전 트레이닝을 며칠 받았지만, 실제 일을 시작한 뒤로는 후속조치(follow-up)가 전혀 없어 그때 받은 교육 내용이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한 안전교육은 팜플렛을 나눠 주는 수준이었다"면서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와 연계해 종합적 대책을 내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만큼 앞으로 개선해 나갈 첫 걸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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