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만 시대의 그림자 - 이주노동자 '인권 사각지대'

장시간 근로·낮은 임금 인권 없는 외국인 노동자
일부 사업주 등 모욕·폭행에 생활환경 열악
여성 노동자 "고용주·관리자에 성폭력 피해"
"사업주 권한 막강한 구조… 서둘러 개선돼야"

  • 웹출고시간2017.01.11 21:23:08
  • 최종수정2017.01.11 21:23:08
[충북일보] "한국 생활, 정말 어렵습니다."

10여년 전 파키스탄에서 우리나라에 왔다는 A씨. 현재 개인 일을 하며 주변 외국인들을 돕고 있다는 그에게 우리나라에서의 삶을 물었다.

A씨는 "파키스탄 사람이 한국에 오면 이전과는 다른 음식과 언어, 문화 등 적응이 매우 힘들다"며 "무엇보다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과 대우"라고 털어놨다.

이주민 중 대다수가 근로자인데 일을 하며 모욕이나 폭행을 당하고,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했다. 

일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참으면 괜찮다'는 한마디가 전부다. 웬만한 상처가 아니고서야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외국인이 많다"며 "모든 외국인이 이런 상황은 아니지만 대부분 한 번쯤은 겪는 일"이라고 했다. 

물론 일방적 입장에서의 경험적 이야기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과가 다수 있다.

지리적으로 지역과 인접한 충남도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이주노동자 4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직장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62.6%, '그렇지 않다'는 27.5%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존중해 준다'는 응답자는 59.2%, '그렇지 않다'는 32.6%로 조사됐다.

이들이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항목으로는 '외국어 통역 서비스'가 15.2%로 가장 높았다. '산재보험 및 건강보험 혜택' 12.8%, '자유로운 직장 이동' 12.7% 순이었다.

특히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 등의 인권유린은 심각했다. 지난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12.4% 중 64%는 한국인 고용주나 관리자에게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안건수 청주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인권과 관련해 법(고용허가제)부터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며 "외국인 노동자 사업주와 관계에서 법 자체가 사업주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특히 '근로기준법 63조 적용의 제외'를 근거로 농업 외국인 노동자 등의 인권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적 근로시간 이상의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수당도 받지 못하는 등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생활하는 3년을 생활하면서 3번 회사를 옮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임금 체불이나 폭행, 직장 폐쇄 등 특정 이유가 아니라면 직장을 옮기는 데 사업주의 허가 등 절차가 필요하다"며 "특히 폭행을 당한 노동자의 경우 직장을 옮기려면 재판 결과 등으로 피해를 입증해야 해 발이 묶인 채 장기간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 근로시간을 초과하고도 수당을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 오히려 법이 근거가 돼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사업주의 막강한 권한에 법 자체가 착취 가능 구조다보니 부당한 대우에도 입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개선을 위해 법적인 문제부터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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