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에 손가락 잘린 아산 외국인노동자 보상길 '막막'

2016-10-13 15면기사 편집 2016-10-13 06:20:17

4년간 산재현황 분석 결과 천안보다 발생 비율 높아 소규모 영세업체 많은 탓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중앙아시아 4개국 가운데 한 나라 출신인 외국인노동자 A(33·여)씨는 지난해 3월 아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프레스기계에 왼쪽 손이 눌리는 산업재해를 당했다. 왼쪽 손의 손가락 모두가 프레스에 짓이겨져 절단됐다.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가운뎃손가락은 손상 정도가 심해 봉합을 포기했다. 수술만 열일곱 차례 받았지만 A씨의 왼손 가운뎃손가락은 중간마디까지가 전부다. 산재로 극심한 고통에 내몰린 A씨는 생활고에도 시달렸다. A씨가 사고를 당한 공장은 원래 일터가 아니다. A씨를 고용한 사업장이 일거리가 많지 않자 그를 비슷한 업종의 인근 공장으로 보냈다. 명백한 불법파견이다. A씨는 사정도 모른 채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산재를 당했다.

A씨를 원고용한 사업장은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회사 기숙사에서 머무르던 A씨는 당장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됐다. 산재로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수입도 없었지만 노숙은 할 수 없어 월세 35만 원의 방을 빌렸다. 산재 승인으로 의료비 걱정은 덜었지만 더 이상 월세 등 생활비를 감당 못해 A씨는 지난 5월 아산의 여성이주노동자쉼터에 입소했다. A씨는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소장 우삼열·이하 아산외노센터)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고려 중이지만 그를 원고용한 사업장이 자신들 공장에서 산재가 일어난 것으로 신고하고 폐업한 탓에 소송 대상도 막막한 처지다.

코리안드림을 찾아 한국에 왔다가 산재를 당한 아산 지역 외국인노동자가 매년 100명을 넘고 있다. 아산은 외국인노동자 수가 천안 보다 적지만 산재 발생 비율은 오히려 더 높다. 이 같은 결과는 아산외노센터가 근로복지공단의 천안, 아산 지역 외국인 산재현황(2011-2015년)을 분석해 제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도별 아산 지역 외국인노동자 산재승인 건수는 2011년 112건, 2012년 119건, 2013년 97건, 2014년 100건, 2015년 101건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05.8건이다. 2013년만 100건 미만으로 잠깐 줄었다가 2014년, 2015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기준해 외국인고용허가제 대상 노동자 수는 천안 9618명, 아산 8706명이다. 아산은 외국인노동자 수가 천안 대비 90.5% 수준이지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천안(533건), 아산(529건)의 산재승인 건수는 아산이 천안 대비 99.2%이다.

아산외노센터 이재영 팀장은 "아산 거주 외국인노동자들의 산재 발생 건수 비율이 천안 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며 "근로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아산 지역 외국인노동자 수가 천안에 비해 많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외국인노동자 산재는 끊이지 않지만 일부 사업주의 인식은 여전히 낙후됐다. 윤평호 기자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