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촌형이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라로 돌아갔는데, 사장님이 2~3달간 돈을 안 주시더라고요. 왜 안 주시는 거냐고 여쭤보니까, '어차피 한국인이면 언젠가 내 공장에서 다시 일할수도 있는데, 돌아간 외국인은 돈을 뭣하러 주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지난 11월 13일,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만난 섹알마문씨는 이렇게 말했다.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여겨져 당연히 받아야할 돈도 받지 못하는 것. 그의 사촌형이 외국인이기에 생긴 일이다. 섹알마문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기술적인 면에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노동권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법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현재의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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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제로 일하는 경우,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폭력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가끔 외국인 노동자들이 견디지 못해 사업장을 이탈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러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되는데,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4년 8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장 안에서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섹알마문씨의 동료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섹알마문씨의 동료 A씨는 계속된 임금 체불과 용주의 폭언, 폭행에 대해 고용주에게 항의했지만 사업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되었다. 고용주는 A씨를 사업장에서 쫓아내자 마자 관할 고용센터에 이탈신고를 넣었고 A씨는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이후에 2년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결국 사업장 이탈신고가 허위임이 밝혀지며 다시 비자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한국에 있는 기간의 3분의 2를 낭비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이마저도 후에 개정되는 바람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개정되기 전에는 첫 공장에서 1년만 일하다가 다른 곳으로 갈지 계속 일할지 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3년간 일을 해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고용주의 허가가 내려오지 않으면 다른 공장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 고용허가제의 내용이다. 

또한 A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고용주는 허위 이탈 신고를 할 수 있는 과도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주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자를 박탈하는 데 있어 관할 부서의 조사와 관리감독이 미흡했다. 현재 관리감독관들의 기준에 통일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어떤 경우엔 엄격한 조사로 고용주가 곤란해지지만, 어떤 경우엔 노동자들의 권리구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아직도 사람이 아니다. 외국인고용법이 어느 정도는 그들을 위한 제도라고 해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노예제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법률이 생긴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들을 위한 제도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물은 언제쯤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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