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노총, 방글라 노동자 대신해 피해 보상 요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외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그 불똥이 튀었다.

카타르에는 방대한 월드컵 인프라 건설을 위해 주로 네팔과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 노동자 약 170만 명이 체류 중이나 이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둘러싸고 국제앰네스티(AI) 등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결국 외국 노동자들을 대신해 제3국 노조가 FIFA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딤 샤라풀 알람이라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대신한 네덜란드노총(FNV)은 전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 보낸 서한과 소장 요약본을 통해 3주 내로 FIFA가 카타르 내 외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직접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피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FNV 변호사들은 만약 FIFA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스위스 법원에 FIFA를 정식 제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FNV는 FIFA가 알람의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5천390.53 스위스프랑(약 600만원)의 배상과 5천 스위스 프랑의 위로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알람이 요구하는 보상액은 크지 않으나 만약 성공할 경우 다른 수십만 노동자들로부터 유사한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FIFA는 그동안 월드컵 주최국의 사회문제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주최국이 외국 노동자들에게 만족스러운 환경을 보장해 주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주요 NGO들과 노조들은 FIFA가 외국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카팔라' 시스템의 폐기하도록 요구할 것을 촉구해왔다.

카팔라 시스템은 걸프 지역국들에서 행해지는 이주노동자관리제도로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비자 발급을 고용주가 보증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동의 없이 직업을 바꾸거나 그만둘 수 없음은 물론 임금 체불 등에도 제대로 항의할 수 없는 등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FNV는 서한에서 FIFA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 및 노동권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지 않은 채 카타르를 개최국으로 선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FIFA가 먼저 '카타르를 2022년 개최국으로 선정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유치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과 섭씨 45도에 이르는 살인적인 더위가 초래할 선수와 관람객들의 건강상 위험 등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지난 4월 방한 당시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지난 4월 방한 당시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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