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만명 시대에…마음의 문 더 닫는 한국인 이웃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범죄율 높이고, 일자리 빼앗고, 국가재정부담 높인다” 인식 증가
ㆍ이주민과 접촉 많을수록 더 부정적…치안 불안·교육 환경 불만
ㆍ전문가들 “집단 거주지역 환경 개선…다문화 수용 자세 필요”

중국동포를 비롯한 중국인들이 거주민의 40%를 차지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은 ‘서울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린다. 지난 5일 밤 중국어 상호가 즐비한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번화가를 행인들이 오가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중국동포를 비롯한 중국인들이 거주민의 40%를 차지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은 ‘서울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린다. 지난 5일 밤 중국어 상호가 즐비한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번화가를 행인들이 오가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윗동네와 아랫동네 풍경이 다르다. 윗동네엔 외국 공관과 부유층의 저택이 즐비하고 아랫동네엔 재개발을 기다리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다. 한눈에도 빈부격차가 극명하다.

외국인의 국적·인종에 따라 주요 거주지역도 갈린다. 윗동네인 이태원2동은 외국인 거주자 13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미주·유럽·오세아니아 출신이다. 반면 아랫동네인 보광동은 외국인 거주자 1100여 명 중 70% 정도가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출신이다. 보광동 거주 외국인의 상당수는 이주 노동자와 영세 노점 상인들이다. 불법체류자도 적지 않다. 윗동네와 아랫동네의 주택 임대료 차이가 크다 보니 경제적 수준에 따라 거주지도 달라지는 것이다.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마음의 문 더 닫는 한국인 이웃들

그래서일까. 이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도 사뭇 다르다. 보광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정만씨(가명·72)는 “나이지리아, 리비아 같은 아프리카에서 돈을 벌러 입국한 청년들이 방값을 아끼려고 방 하나에 4~5명이 살면서 고성방가와 쓰레기 무단투기 등 공중도덕을 안 지켜 주민들이 힘들어한다”며 “월세가 밀려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불평했다.

반면 윗동네인 이태원2동 주민인 신철씨(62)는 “우리 국민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에 돈 벌러 나가 설움을 겪지 않았느냐”면서 “우리나라의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외국인 이주민을 우리 이웃이나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 결혼 이주자, 유학생, 해외 국적 동포 등의 급격한 유입으로 한국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 중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를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1년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하고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선 후 2016년 6월 말 200만 명을 넘어섰다. 7월 말엔 203만4878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한국 인구의 약 4%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장기 체류자(외국인 등록·거소신고자)도 149만3626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74%를 차지했다. 장기 체류자 비율은 2002년까지 40%대에 불과했지만, 국제결혼이 활성화되던 2003년 처음으로 단기 체류자를 앞섰고, 2006년부터는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통계 관련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라면 2021년엔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총인구수의 5.8% 수준으로 ‘다문화 사회’로 불리는 프랑스(6%), 캐나다(6%)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한국사회 내 외국인 체류자의 국적은 지난 7월 기준 중국, 미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일본, 몽골 순으로 많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사람과 방문취업(H-2)으로 들어온 외국 국적 동포들이다. 7월 현재 각각 27만5532명, 27만532명이 주로 단순노동을 하며 국내 체류 중이다. 이들은 최대 4년10개월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지만 이 기간을 다 채운 뒤에 불법 체류자로 남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영주권을 취득해 정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7월 현재 결혼 이주자는 15만2023명, 외국인 유학생은 10만289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사회적 흐름과 달리 한국인의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퇴보하고 있다. 이는 이주민의 증가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난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조사한 결과나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은 전국 성인 1000명, 여성가족부 조사는 전국 성인 4000명과 전국 122개 중·고교 재학생 3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우선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조사를 보면 ‘외국인 이주자들이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다’(2003년 53.9%, 2015년 44.9%)거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가져옴으로써 한국사회를 좋게 만든다’(2014년 28.6%, 2015년 22.4%)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이주자들이 범죄율을 높인다’(2003년 33.1%, 2015년 46.6%)거나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2013년 23.6%, 2015년 29.7%)에 동의하는 한국인은 늘었다. 이주민 증가에 대해선 ‘늘어야 한다’와 ‘줄어야 한다’는 응답이 모두 감소한 반면, ‘지금 수준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20.3%포인트 증가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도드라졌다. ‘경제적 기여보다 손실이 더 크다’(2011년 23.5%, 2015년 33.1%), ‘일자리를 빼앗아간다’(2011년 30.2%, 2015년 34.6%), ‘범죄율이 상승했다’(2011년 35.5%, 2015년 46.7%), ‘국가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2011년 38.3%, 2015년 48.6%)는 부정적 응답이 모두 증가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인은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와 ‘외국인 이민자와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조사대상 국가 17개국 가운데 각각 2번째와 4번째로 높았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의 외국인 이주민과 이주정책에 대한 태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한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 인상에 의한 평가가 일상에서의 경험에 근거한 구체적인 불안과 걱정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주민과 일상생활에서 접촉이 많을수록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민 관련 여러 정책에 대해 일반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지지도는 4점 만점에 2.348점인데 비해 밀집지역은 1.713점, 인접지역은 1.714점으로 현저히 낮다.

지난 9월 말 만난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의 주민 대다수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대림2동은 ‘서울 속 작은 중국’이라고 불릴 만큼 중국동포(조선족)를 중심으로 한족·위족 등 중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거주자(2만4461명)의 40%(9874명)가 중화권 출신이다. 한국인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더 높다. 김종석씨(55)는 “불법체류자까지 더하면 대림2동 거주민의 5분의 4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밤시간이나 주말이면 타지의 중국인들까지 대림2동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실제보다 더 많게 느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중앙시장 방향 약 200m 거리는 중국인들의 핫 플레이스다. 중국어 상호로 된 중국 음식점·유흥주점 일색인 이곳에선 평일에도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 한국인 거주민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치안과 환경이다. 김종석씨는 “중국인들은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고 시도 때도 없이 술 마시고 싸우고 고성방가와 노상방뇨를 한다. 팬티 바람으로 시장에 나오는 사람도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영희씨는 “세 든 집에 사람들을 불러들여 불법인 마작을 하는 중국인도 많고 환경이 아주 나빠졌다”며 “이들을 한국에서 살게 하려면 정부가 최소한의 사전 시민교육은 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중화권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곳을 떠나는 젊은 한국인은 늘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대를 이어 상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유진씨(39·가명)는 “우리 아이가 1학년일 땐 학급 정원 20명 중 1명, 2학년이 된 지금은 20명 중 2~3명만 순수한 한국인”이라며 “학업 수준이 중국인 아이들에 맞춰 하향평준화하면서 많은 한국인 부모가 인근 지역으로 이사했고, 우리 가족도 아이가 고학년이 되기 전에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규범만 잘 지키면 외국인 이주민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건 정부 차원에서 막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출신국별 차별적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2015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의 이민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반면 일본과 나이지리아인의 이민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중국인에 대해 가장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편향성은 일본에 대한 태도를 제외하면 젊은 세대일수록 심했다. 이정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인끼리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하는 성향이 외국인을 상대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이상, 다양한 소수문화가 공존하면서 평화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법무·외교 등 종합적 관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주민과 그 가족들을 한국사회로 통합하는 데 편중되었던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변화를 꾀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석호 교수는 “외국인 이주민은 우리와 그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유입됐고, 이제 그들이 없으면 한국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대림동, 가리봉동 등 이주민 집단 거주 공동체는 환경 개선 등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미국의 차이나타운처럼 특화할 필요가 있고, 한국인들도 이제는 다문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수용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72052005&code=210100#csidx8ea0d0cb1c40c6382c2c2af077b01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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