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이주 노동자들의 눈물

이성호 인권위원장, 남양주 외국인복지센터 방문

(남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불타는 공장에서 나오며 온몸에 화상을 입었지만 사장님은 불법체류자라고 보상을 안 해줬어요."

"무슬림이라고 테러리스트인가요?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3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 복지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 여성들의 불만과 건의가 쏟아져 나왔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이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에서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6명을 비롯, 현장 활동가와 남양주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 불법체류자로서 겪는 어려움 등을 털어놨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 씨가 화상 때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손에 마이크를 들고 말할 때는 옆에 있던 다른 외국인 노동자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A 씨는 2012년 공장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화재로 얼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당시 공장주는 불법 체류자 A 씨를 산재 처리하면 비자가 없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실이 들통날까 봐 A 씨에 대한 산재 처리를 거부했다.

그는 당시 얼굴이랑 전신을 못 알아볼 정도로 화상을 입었는데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았고 지금은 여러 자선단체에서 도움을 받아 좀 괜찮아진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은 치료가 안 돼 여전히 붕대를 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 B 씨는 2013년 테러리스트로 의심받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연행 과정에서 B 씨는 몸부림을 치다 공장 2층에서 추락했다. 두 다리를 거의 못 쓰게 됐지만 B 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

"무슬림이라고 테러리스트인가요?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B씨는 목발을 집고 일어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B 씨는 현재 도움을 주고 있는 활동가들과 보상받을 방법을 물색 중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몽골에서 온 이주여성 C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사가 다문화 가정 아이는 손을 들라고 했는데 배려심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아직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숨기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다문화 아이들도 한국 아이처럼 잘살 수 있게 의식이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향상, 이주 여성과 아동의 인권 향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주문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그동안 정책 공모를 통해 정부 부처에 많은 제도를 권고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할 일이 많은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인권교육 홍보를 위해 정부와 언론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센터 근처에 있는 마석가구공단과 이주노동자 숙소 등을 둘러봤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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