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서 외국인 근로자 지뢰 밟아 발가락 절단

2016-4-5 (화) 9면 - 심은석·류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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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서 외국인 근로자 지뢰 밟아 중상

50대 카자흐인 발가락 4개 절단
일용직 외국인들 사고위험 노출
60년새 지뢰피해 1,000명 달해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접경지역 농사일을 돕다 지뢰 폭발 피해를 입었다.

양구경찰서 등에 따르면 4일 낮 12시54분께 양구군 해안면 현리 펀치볼 더덕농장 인근 개울가에서 카자흐스탄 국적의 일용직 근로자 A(54)씨가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을 밟았다. A씨는 사고 발생 직후 헬기로 서울의 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오른쪽 발가락 4개가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삼밭에서 일하던 A씨가 용변을 보기 위해 개울가로 내려갔다가 발목지뢰를 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씨 등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여권 확인이 늦어지면서 이날 오후까지 입국 일시와 여권 만료일, 비자 종류 등이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 당초 A씨의 국적도 카자흐스탄이 아닌 러시아 국적으로 알려지는 등 신원 확인에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사고로 접경지역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사고 관리와 지뢰 사고 위험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과거 양구 제4땅굴 일대에 집중적으로 매설된 발목지뢰가 비가 오면 유실돼 하천을 따라 후방으로 떠내려올 가능성이 많다”며 “하지만 국방부 등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민은 “주민들은 지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있지만, 단기간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뢰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외딴 농경지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고 했다.

6·25전쟁 이후 60년간 민간인 지뢰 피해자는 1,000명에 달하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뢰 피해 민간인도 9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2014년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실제 보상금은 턱없이 모자라 피해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40년 전 17세의 나이로 양구군 해안면에서 지뢰 피해를 입은 김종수씨의 경우 위로금이 3,600만원에 불과해 최근 국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심은석·류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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