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지원은 내 운명'..공익센터 '감동' 고지운 변호사

입력시간 | 2016.03.21 06:30 | 이성기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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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지원은 내 운명`..공익센터 `감동` 고지운 변호사
고지운 변호사가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 5층에 있는 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경훈 기자
로스쿨 졸업 후 공익 변호사 길 들어서 5년째 봉사활동
이주민 여성 지원 위한 이주민지원기금 마련이 목표
[이데일리 이성기 박경훈 기자] “원래 꿈은 ‘의료법 전문 변호사’였어요. 어릴 때 몸이 약해서 폐렴을 앓기도 하고 잔병치레가 많았거든요.” 

이주민지원 공익센터 ‘감사와동행’(이하 감동)의 고지운(38) 변호사는 18일 “이주민을 위한 공익변호사의 길을 걷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법대를 나온 그는 으레 그렇듯 사법고시에 매달렸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일반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차에 마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겨 이화여대 로스쿨 1기생으로 들어갔다. 

2012년 졸업 후 다른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로펌에서 실무 수습을 시작했다. 수억원 대의 비용이 오가는 건설 관련 분야 소송에 참여해 실무를 익혔다. “생소한 분야여서 재미는 있었는데 다른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 때 동료 변호사 한 분이 봉사활동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죠.” 

그해 6월 서울 혜화동에 있는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 라파엘클리닉에서 무료법률상담을 시작했다. “대부분 동·서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였어요. 사업장에 변호사 신분을 알리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신고할 테면 하라, 출입국사무소에 알리겠다’며 되레 큰 소리치는 사람도 많았죠.” 

몇 개월 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지역 노동청을 오가며 지낸 시간은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고 변호사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미등록 노동자인 게 알려질까 두려워 억울함조차 제대로 하소연 못하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 마음먹었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2012년 9월 서울 대림동 이주민지원센터에서 무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돈을 벌 방법이라곤 국선변호인밖엔 없었다. 건당 30만원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한 달에 사건 하나 맡기도 쉽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3년 말 이곳마저 운영난으로 문을 닫게 됐다. 

마침 서울변호사회(서울변회)의 공익변호사 사무실 지원사업을 알게 된 그는 2014년 3월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 건물 한 켠에 ‘감동’을 열고 본격적인 공익변호사의 길에 나섰다. 한 번은 20대 방글라데시 청년이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착각한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쫓기다 2층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치게 된 사연을 접했다. 장애가 남았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는데 청년은 억울하단 생각보다 당장 치료비가 없는 것을 걱정했다. 고 변호사는 얼마 되지 않는 후원금 중 일부를 긴급 치료비로 청년에게 지원했다. 

고 변호사는 사무실로 찾아오는 이주노동자의 법률 상담 외에도 인권 보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외국인 보호소를 직접 찾기도 한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본국으로 출국시키기까지 보호하기 위한 곳인데 현재 화성·청주·여수에 있다. 고 변호사는 “화성 보호소는 자주 찾는 편이라 시설 측에서도 이를 의식해 예전보다 인권의식이 조금 나아졌는데 지방은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가 쉽지않다”고 아쉬워했다.  

‘힘든 일을 관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아니면 이분들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려 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점점 더 많은 이주노동자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되는데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의 다음 목표는 이주민지원기금 마련이다. 고 변호사는 “가정폭력을 당하고 돈도 없어 주거지가 불분명한 이주민 여성들은 취업조차 쉽지 않다”며 “이주민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긴급생활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후원을 희망하는 사람은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02-537-5459)으로 문의하면 된다. 우리은행 1005-602-477981. 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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