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색안경을 벗자

이영 의정부외국인력지원센터장

21일은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적인 여권법(흑인에게 신분 여권 소지를 의무화시킨 법률)에 반대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69명이 경찰의 발포로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1966년 유엔이 이날을 인종차별철폐의 날로 지정하였다. 한국도 1978년에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하였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혈통주의를 탈피하여 ‘다문화사회’를 표방하며 이주민 20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이제 결코 낯선 이방인이 아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 종교, 문화가 어우러져 살아가게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은 이주민과 공생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다문화사회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넘어 혐오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인종차별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주민이 초기엔 동정주의적인 호의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존재, 심지어 잠재적인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주민은 필요에 의해 유인된 도구일 뿐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 탓이 크다.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려면 결혼이주여성처럼 한국인이 되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이주민은 체류자격에 따라 통제와 규제에 예속된다. 이주노동자는 인간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이동의 자유와 가족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력 활용의 일환으로 순환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은 강제추방을 시킨다.

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국 사회는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는 것도 실상은 차별을 가린 획일적인 동화주의일 뿐이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공생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주민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국인과 이주민을 분리하는 정책으로 갈등이 조장되는 듯하다. 최근엔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가시화되고 있다. 언젠가 센터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초등학생이 이슬람 모자를 쓰고 들어오는 이주민을 보고 “알카에다!”라고 소리를 쳤다. 어쩌면 그 아이처럼 한국 사회도 테러방지법을 통해 색안경을 쓰고 이주민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있지 않은가! 이주민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버려야 비로소 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색안경을 벗자!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