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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결혼이주민에 “불법체류자” 단정하면 모욕죄

등록 :2017-12-11 05:03수정 :2017-12-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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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서 결혼이주민에 추행·모욕해 기소
법원, 벌금·위자료 200만원 선고…확정

“‘불법체류자’라는 말에 상처 많이 받아
무심코 하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모욕적”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이 지난해 3월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이 지난해 3월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국인과 결혼한 뒤 경기도에서 사는 라이베리아 출신 ㄷ씨는 지난해 11월 버스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옆자리에 앉은 60대 남성인 김아무개씨가 ㄷ씨를 추행하다 승객들이 말리자 손으로 ㄷ씨를 가리키며 “얘네들 여기 있는 거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ㄷ씨는 미등록 외국인이 아니라 결혼 비자(F6)를 발급받아 한국에 살고 있지만, 김씨의 눈에 외국인은 모두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보인 것이다.

ㄷ씨는 이 경험을 같은 달 30일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가 개최한 ‘인종차별 실태와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방안’ 심포지엄 질의·응답 시간에 나눴다.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여했던 원곡법률사무소의 최정규 변호사가 ㄷ씨의 사연에 귀 기울였다. 최 변호사는 ㄷ씨의 피해자 대리로 나서 김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쉽지는 않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공중밀집장소 추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모욕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4월 추행뿐 아니라 모욕 혐의도 적용해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8단독 김도형 판사는 지난 5월 추행·모욕 혐의를 인정해 김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2016년 11월 버스에 탑승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피해자에게 말을 걸다 추행했다”며 “승객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게 되자 ‘얘네들 여기 있는 거 불법’이라고 말하고, 하차한 뒤에도 욕설해 피해자를 모욕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형사책임뿐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1단독 정인영 판사는 ㄷ씨가 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사건의 경위, 강제추행과 모욕의 내용 및 정도 등을 참작했다”며 위자료로 200만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고 지난달 28일 판결했다. 김씨와 ㄷ씨가 항소하지 않아 형사와 손해배상 판결 모두 확정됐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의 법률 구조 결정으로 ㄷ씨는 손해배상 소송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최 변호사는 “한국인들이 자주 하는 ‘불법체류자’라는 말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이번 판결로 외국인에게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상당히 모욕적이고, 그런 인종차별 발언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ㄷ씨도 “이번 판결은 인종차별·성추행과 싸우는 모든 사람들의 승리”라며 “저처럼 한국에서 피해를 본 외국인들이 용기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모욕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조찬영 판사는 2009년 11월 보노짓 후세인 당시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아랍인은 더럽다”, “냄새 난다”고 말해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아무개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바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2902.html#csidxcfdaa619f4a06789bdd14610f34cf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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