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권리 / 섹알마문

등록 :2018-10-03 18:38수정 :2018-10-03 19:05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며칠 전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여성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성폭력을 당하면 바로 사업장을 변경하게 하는 법을 마련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잘됐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을 당해야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재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사유가 아주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면 사업장이 폐업을 하거나, 사업주가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임금이 밀릴 때, 고용센터에서 사업장을 직권으로 변경하게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노동자가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간 다음 사실 증명이 되어야만 가능합니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고 노동시간에 사업주의 감시 안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증거를 확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며칠 전, 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해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라고 했고,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고 사업장을 방문했지만 사업주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리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잔머리를 쓰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이라고 내몰았습니다. 이 이주노동자가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항변을 못 하고 있다가 저에게 전화를 했고, 수화기 너머로 경찰과 통화했습니다. 경찰은 저에게 다짜고짜 반말로, 거짓말로 신고를 하면 큰 벌을 받게 되는데 이 이주노동자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거짓말을 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저는 어떤 근거로 이 이주노동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수 있냐고 반문했고, 사업장에 있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해 봤냐고 물어봤습니다. 경찰은 시시티브이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신고자보다 사업주의 말에 더 신뢰를 두고 사건에 접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의 단편만 보아도 이주노동자는 무시되고 한국인의 말만 믿는 현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중립적으로 사건을 조사해야 할 경찰도 이런 수준인데 다른 현장의 공무원들은 또 어떨까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사람으로서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자유롭게 살아야 하지만 2004년 만들어진 고용허가제 때문에 그런 기본적인 자유도 없습니다. 성희롱을 당하고, 월급도 밀려서 못 받는데도 사업장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면 그곳은 얼마나 지옥 같을까요? 그런데 이 일이 이주노동자에게는 버젓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강요받는 것이 바로 이주노동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소리치는 이유입니다. 사업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최저임금조차 깎지 말라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하라고 말입니다.

제도도 문제이지만 이주노동자를 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올발라야 합니다. 오는 14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로 모이려고 합니다. 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4304.html#csidx0d3828b275251db9388acc3ff11b84c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2050 군인들 앞에서도 '세 손가락 경례'…굴하지 않는 시민들
이주후원회
1511   2021-04-12 2021-04-12 12:55
군인들 앞에서도 '세 손가락 경례'…굴하지 않는 시민들 재생/일시정지 연속재생 앵커 군·경의 무자비한 총격에 미얀마에선 지금까지 6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미국 CNN 취재팀이 군부의 허락을 받고 미...  
2049 외국인 혐오와 코로나19
이주후원회
1509   2021-04-12 2021-04-12 12:54
외국인 혐오와 코로나19 입력2021.04.10. 오후 3:01 SNS 보내기 [Dr 곽경훈의 세상보기]원본보기 몇 년 전, 아주 늦은 밤, 남자 셋이 응급실을 찾았다. 싸구려 점퍼와 낡은 청바지, 흙이 잔뜩 묻은 작업화의 남루한 차림과 ...  
2048 "제 방에 맘대로 드나드는 사장님.." 동료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발 묶인 이주노동자들
이주후원회
1510   2021-04-12 2021-04-12 12:51
KBS는 대한민국 공영 방송 서비스입니다. 위키 백과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더라이브_현장취재"제 방에 맘대로 드나드는 사장님.." 동료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발 묶인 이주노동자들 [KBS 210311 방송]https://you...  
2047 비닐하우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왔습니다. 그곳은 집이 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주후원회
1839   2021-02-02 2021-02-02 19:27
 
2046 '反인종차별' BLM 운동,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이주후원회
1616   2021-02-02 2021-02-02 19:25
'反인종차별' BLM 운동,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입력2021.01.30. 오후 4:53 수정2021.01.30. 오후 5:01 조지 플로이드 사건 촉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노르웨이 의원이 추천…"전 세계 인종 정의 자각 계기"원본보기 [...  
2045 덜컥 시작된 귀환, 배움 나누며 미래 일궈요
이주후원회
4019   2021-02-02 2021-02-02 19:24
덜컥 시작된 귀환, 배움 나누며 미래 일궈요등록 :2021-01-30 12:19수정 :2021-01-30 12:22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토요판] 이란주의 할 말 많은 눈동자 ⑭ 아웅틴툰 난민살이 접고 미얀마 정착할까 몇...  
2044 닮은 듯 다른 이민자 이야기… 세계가 주목하는 두 가족 1
이주후원회
1657   2021-02-02 2023-02-21 17:52
닮은 듯 다른 이민자 이야기… 세계가 주목하는 두 가족룰루 왕 감독 ‘페어웰’ 4일, 정이삭 감독 ‘미나리’ 3월 개봉입력 : 2021-01-31 20:29 영화 ‘미나리’(위)와 ‘페어웰’은 영화 애호가들에게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2043 코로나에 발 묶인 이주노동자 체류 연장 법안 추진
이주후원회
1744   2021-02-02 2021-02-02 19:23
코로나에 발 묶인 이주노동자 체류 연장 법안 추진송고시간2021-02-02 11:33 요약beta 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영주권 신청 자격 갖춰 '정주화' 우려도 제기 이주노동자 "고용기간 만료자 취업활동 허용 촉구"(서울=연합뉴스) ...  
2042 탐욕·이기주의·사재기…‘백신 민족주의’ 암초에 코로나 탈출서 좌초 위기
이주후원회
1605   2021-02-02 2021-02-02 19:22
탐욕·이기주의·사재기…‘백신 민족주의’ 암초에 코로나 탈출서 좌초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1.02.02 09:50 수정 2021.02.02 10:10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확보와 공급이 부자나라와 개발도상국간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  
2041 “뜻밖의 결과”…개신교인 ‘차별금지법’ 찬성이 더 많았다
이주후원회
2782   2020-10-20 2020-10-20 10:38
“뜻밖의 결과”…개신교인 ‘차별금지법’ 찬성이 더 많았다 13 입력 :2020-10-14 14:52ㅣ 수정 : 2020-10-14 22:56 기사연 1000명 대상 의식 조사 결과 찬성 42,1%, 반대 38.2%로 찬성 더 많아 지난달 한교총 “반대 우세” 발...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