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들 “직장생활·의사소통 어렵다”국제전법단·마주협, 설문조사
법당이용 외국인근로자 대상
김현태 기자 | meopit@beopbo.com

승인 2015.01.14 15:19:59


대한민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근로자들은 직장생활 적응과 의사소통, 의료서비스를 한국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또 외국인근로자 10명 가운데 7명은 타지생활과 한국적응 등에 따른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 없어서 치료중단’ 71.4%
응답자 73.4% 우울증세 보여
“복지·종교기관 지원 미흡해”

이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근로자 가운데 법당을 이용하는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계종 포교원 국제전법단(단장 수암 스님)과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는 지난해 4월 우편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364명이 동참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들은 한국생활 가운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직장생활 적응’(32.7%)을 꼽았다. 이어 ‘한국어 의사소통’(22.7%)과 ‘건강상의 문제’(11.8%), ‘편견과 차별’(7.4%) 등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대부분은 한국생활 적응에 ‘모국인 지인’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사회복지기관’ 및 ‘종교기관’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신체적 건강과 관련해 외국인근로자들은 보통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3.22점(5점 만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71.4%가 진료가 필요하지만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의료지원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중단 사유로는 ‘치료비가 없어서’(27.7%), ‘일을 중단할 수 없어서’(26.6%) 등으로 조사돼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대변해 주었다.

고달픈 생활만큼 우울증 수준은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3.4%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우울증 수준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알코올 의존도도 함께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국생활 만족도도 보통 이하인 2.86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성취도’나 ‘미래에 대한 변화’ 등 발전적 기대감은 보통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마주협은 “외국인근로자의 80%가 동남아 불교국가인 점을 고려한다면 생활적응과 의료지원, 심리적 안정 등을 위한 불교계의 관심이 요구된다”며 “무엇보다 법당을 활용한 이주민 심리상담과 정서지원 프로그램 등의 개발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고려한 맞춤식 종교활동의 도입을 제안했다. 마주협은 “불교국가 출신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종교활동에 동참하는 비율은 50% 이하로, 이는 오랜 근로시간과 불규칙한 휴일 등 현실적으로 법회참석에 어려움이 많다”며 “종교생활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불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근로자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위해 나라별 모임 지원과 한국어 교육, 쉼터 기능 활성화 등의 동참을 제시했다.

한편 국제전법단과 마주협은 동남아 불교국가에서 이주해온 외국인근로자의 실태를 파악해 추후 이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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