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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지난 2015년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발견된 싸늘하게 식은 세 살 아이의 시신이 사진이 전세계를 울린바 있다. 인형처럼 작았던 남자 어린아이는 에이란 쿠르디로 밝혀졌다. 쿠르디는 가족과 함께 터키 해안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다 뒤집힌 배에 탔던 시리아 난민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희망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새로운 삶을 꿈꾸지도 전에 죽음을 당하고, 여러 어려움을 뚫고 유럽에 도착해서도 열악한 현실에 고통을 받고 있다. 더구나 그들에겐 ‘범죄자’, ‘테러리스트’ 같은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서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난민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세를 키우며 난민의 삶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난민들은 과연 위험한 이들일까? 이들을 받아들이면 사회는 위험해지고, 많은 자국민들이 잃자리를 잃게 되는 것일까?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은 이런 난민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와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유럽의 대표적 난민촌인 프랑스 칼레 난민촌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실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그래픽 북이다. 작가는 칼레 난민촌이 철거되기 직전까지 직접 자원봉사를 하며 느낀 것을 이 책에 충실하게 옮겼다.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책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난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다. 특히 난민이 엄청난 규모로 물밀 듯 유입되는 유럽에서는 난민을 ‘홍수’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2015년 한 해에만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으며, 지금도 매주 수백 명의 난민이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정치적인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 난민보호협정을 탈퇴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큰 폭으로 축소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유럽 곳곳에서 반(反)이민을 외치는 극우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통계와 수치를 넘어 난민들의 삶과 얼굴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 책에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칼레(Calais)의 난민촌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실제 삶이 생생하게 옮겨져 있다. 작가 케이트 에번스는 칼레에서 직접 자원봉사를 하며 보고 겪은 바를 이 책에 충실하게 옮겼다. 난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난민의 사연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고, 그들의 얼굴을 그려주기도 하면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작가는 오염된 식수와 쓰레기가 가득한 난민촌의 비참한 환경은 물론 난민들의 일상과 표정, 전쟁을 겪고 가족을 잃은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 동시에 지옥 같은 생활을 이어나가면서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난민의 모습까지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은 유럽의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경제적 불황과 함께 외국인 이주 노동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우리에게도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영식 국제분쟁전문기자는 “이 책을 읽으면 ‘테러리스트’ ‘범죄자’, ‘저임금 노동자’, ‘세금 낭비하는 사람’, ‘사회수준을 떨어뜨리는 주범’,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같은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말끔히 가셔버릴 것입니다. 대신에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며 평화를 사랑하고 일하기를 원하고 있고, 가족들을 걱정하고 돌보는 가장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곳까지 온 것은 단지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온 게 아니라 희망을 품고 왔다는 사실도 읽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난민의 지옥같은 생활을 보여 주면서도 그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창조되고 함께 누리는 삶이 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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