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인 계절 노동자 1만5000명 취업비자 허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 식당 등 계절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 외국인 노동력 공급 확대 결정을 내렸다. 취업비자 한도를 1만5000개 확대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선거구호와는 달리 유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자신의 사업체에 필요한 임시 외국인 노동자들에는 관대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 역시높아지게 됐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H-2B 비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H-2B 비자는 전문직에 내주는 취업비자인 H-1B와 달리 비농업 분야의 계절 노동자에 내주는 취업비자다.

켈리 장관은 H-2B 비자 발행 노동자 수 한도를 의회가 제한한 6만6000명보다 1만5000명 많은 8만1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가 활용 가능한 계절적 노동자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위기에 처해 있는 미 기업들을 일시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재량적인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켈리는 행정부가 "미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한차례 (한도)확대"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의회로부터 받았다고 덧붙였다.

무작정 한도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

계절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려는 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오지 못할 경우 '복구가 불가능한 손실'을 겪게 될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강경한 이민정책을 주된 어젠다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지만 자신의 사업체에서 H-2B 비자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은 바 있다.

그 스스로도 대선 토론에서 "노동자들을 구하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고 실토했었다.

데이브 라판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번 조처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장이 이득을 보게 될 지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트럼프 사업체들을 관리하는 트럼프재단은 '겨울 백악관'이 되다시피 한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 등 곳곳에 산재한 호텔과 식당 등에 외국인 계절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정책 전환은 취임 뒤 맞닥뜨린 경제현실을 반영한 궤도 수정의 성격이 짙다.

트럼프는 최근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미 정보기술(IT) 업체 대표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전문직에 내주는 H-1B 비자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IT 업체들이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전문직 이민 확대에 귀를 연 것이다.

이때문에 트럼프는 지지세력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반이민 단체인 넘버스USA의 로이 벡 대표는 행정부의 이민 정책 선회는 외국인 고용 증가세를 억눌러 미 노동자들의 급여를 끌어올리며, 비숙련 미 노동자들의 고용을 확대한다는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행정부와 의회가 '미 노동자 우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구호를 달성하는데 실패한 또 다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안보부는 이번 조처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 우선'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 철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사업장의 붕괴를 막아 미 일자리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