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고통스런 삶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

[중앙일보]입력 2015.06.25 00:19 / 수정 2015.06.25 00:30

JTBC ‘비정상회담’ 가나 대표 샘 오취리, 스크린 데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대생활을 경험한 샘 오취리는 인터뷰 내내 군기가 바짝 든 말투로 응했다. 한 남성이 다가와 사인을 청하자 그는 “여자 팬보다 남자 팬이 많은 것 같아요 ”며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비정상회담’ 등 TV에서 맹활약해 온 샘 오취리(24)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넓혔다. 25일 개봉하는 ‘나의 절친 악당들’(임상수 감독)에서 그는 폐차장에서 일하는 가나 출신의 청년 야쿠부 역할을 맡아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거액이 담긴 가방을 우연히 발견한 일당들이 돈을 몰래 빼돌리는 과정을 그린다. 야쿠부는 그 일당 중 한 명으로, 돈을 좇는 다른 이들에게 발각돼 수모를 겪는다. 뺨을 맞고, 심지어 굴삭기 디퍼로도 맞는다.

 “돈을 좇는 인수(김응수)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김응수 선배가 처음에는 때리는 척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때려달라고 했어요. 그래야 감정이 실릴 수 있으니까요. 아픈 만큼 고통을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샘 오취리는 돈가방을 추적하는 이들에게 쫓기고 그 과정에서 류승범(지누 역)과 함께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취리는 예전부터 배우의 꿈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윌 스미스를 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기회가 오면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이번 영화가 절호의 기회가 됐죠.” ‘나의 절친 악당들’ 오디션에 참여한 그를 본 임상수 감독은 “살아 있는 눈빛”이 맘에 든다며 그를 캐스팅했다. 사실 그가 이 영화의 출연을 결심한 데는 남다른 뜻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굉장히 가혹해요. 이 영화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가 몸을 사리지 않고 진심으로 연기한 이유다.

 그는 지난 2009년 대한민국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처음 왔다. 애초에 5년만 머물 계획이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기간을 늘리다 보니 한국 생활이 올해로 7년째다. “한국 사람들의 열정, 놀라운 기술력, 다양한 문화 등을 배워 가나에 전파하고 싶어요.” 실제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 모임도 만들었다. 또 그의 페이스북에는 샘 오취리를 롤 모델로 삼은 가나 학생들만 500여 명이 친구로 등록돼 있다. 최근에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가나 학교 짓기 프로젝트인 ‘오렌지 액트’에 가담해 모금 활동에도 나섰다.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다음 목표는 가수다. 최근 그의 절친인 호주 출신 예능인 샘 해밍턴과 그룹을 만들고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앨범은 7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그룹 이름은 ‘투 샘 플레이스’. 두 명의 샘이 모였다는 뜻이다.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도 한 곡 수록한다. “그룹 이름을 유명 커피숍의 이름과 비슷하게 지었어요. 혹시 그 회사에서 그룹의 활동을 지원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TV에 이어 스크린, 그리고 음악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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