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폐렴보다 무섭게 퍼지는 '중국인 혐오'…침 뱉고 출입 막고 막말

입력2020.02.03 17:10 수정2020.02.03 17:10 지면A10
반중감정 부추기는 日 방송
공항 추태·마스크 박스떼기 중계

亞 식당·상점들 "중국인 사절"
SNS선 "바이오 테러리스트"

호주 "쿠키 오염" 가짜 뉴스
유럽 곳곳 동양인 싸잡아 기피
“신종 코로나는 중국산” 호주 시드니의 한 카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오래 가지 않을 겁니다. 그건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이니까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신종 코로나는 중국산” 호주 시드니의 한 카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오래 가지 않을 겁니다. 그건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이니까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저 사람은 우한 출신인데 어떻게 내가 한 비행기를 탈 수 있나….”

3일 오전 일본의 한 민영방송 아침 프로가 도쿄 나리타공항에 집결해 귀국을 기다리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삿대질을 해가며 서로 큰소리로 다투는 장면을 보여줬다. 중국인끼리 상대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렸을지 모른다며 비난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전달한 것이다. 일본어 더빙 뒤로 언뜻언뜻 들리는 고성의 중국어에는 날이 서 있었다. 방송은 곧이어 도쿄 내 주요 드러그스토어에서 마스크를 박스째 사재기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비추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은연중 공공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신만 생각하는 중국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한 폐렴 공포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전염병이 처음 시작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유럽 등 서구에선 동아시아인 배척이 노골화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인종주의 공포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각국의 대중 정서 속에는 중국 대 반(反)중국 기류가 뚜렷하게 그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베트남의 일부 식당과 상점에는 ‘중국인 거부’ 푯말이 붙었다. 한국과 일본에선 온라인 뉴스 댓글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혐중 메시지가 늘고 있다. 중국인에게 ‘바이오 테러리스트’라는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요 호텔 앞에서 ‘중국인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고, 한국과 싱가포르에선 우한 폐렴 발생 직후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호주에선 ‘포천 쿠키가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고, 시드니의 한 카페에선 “우한 폐렴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이니까요”라는 문구를 게시해 사회문제화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동아시아인 전반의 혐오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방지인 르쿠리에피카르가 ‘황색 경보(Alerte jaune)’라는 인종차별적 헤드라인 기사를 내보냈다. 이탈리아에선 로마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이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베네치아에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현지 어린이들이 침을 뱉는 사건이 발생했고, 폼페이 등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입장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헝가리에선 베트남인 상점 주인이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는 문구를 유리창에 내걸기도 했다.

런던과 파리 등 유럽 대도시에선 대중교통이나 상점에서 중국어가 들리면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자리를 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우한 폐렴으로 중국 등 동아시아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기숙학교협회도 중국인 유학생이 혐오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 같은 노골적인 혐중 감정의 표출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중국을 경계하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적·군사적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주요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과거 중국인 관광객의 무례한 행보로 각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점도 한몫했다. 주앙 랑엘 데 알메이다 웰컴트러스트 연구원은 “사회적 기류와 긴장을 극대화하는 데 질병만 한 소재는 없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욱/런던=강경민 특파원 kimdw@hankyung.com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1990 연수추천단체 고용허가제 위탁기관 선정 철회 요구 file
이주후원회
11339   2006-09-28 2006-09-28 11:28
이주노동자방송국시민단체, 고용허가제 사후관리 대행기관 선정 의혹 제기 연수추천단체 고용허가제 위탁기관 선정 철회 요구 히말 np@migrantsinkorea.net 9월 25일 ‘고용허가제 사후 관리업무 종소기업중앙회 연수추천 단체 편입...  
1989 이익집단 고용허가제 편입결정한 외국인력고용위원회를 규탄한다 file
이주후원회
12106   2006-11-30 2006-11-30 15:17
지난 11월 17일 노동부는 외국인력고용위원회를 열어,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익단체들을 고용허가제 대행기관으로 지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노동부의 주도 하에 외국인력고용위원회는 산업연수제하 연수추천단체들의 고용허가제 개입을 ...  
1988 이주노조 경기중부지부 자만 지부장을 즉각 석방하라!! file
이주후원회
9918   2006-12-13 2006-12-13 14:44
<이주노조 속보> 이주노조 경기중부지부 자만 지부장을 즉각 석방하라!! 〈속보〉이주노조 경기중부지부 자만 지부장을 즉각 석방하고 단속을 중단하라! 오늘(12월 11일) 오후 1시 경 군포 지역에서 작업장을 돌며 단속을 하던 단...  
1987 미등록 이주자의 범죄화에 맞서 인권을 제한 없이 옹호하자 file
이주후원회
13760   2006-04-16 2006-04-16 17:36
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http://www.pssp.org/bbs/view.php?board=sola&id=494미등록 이주자의 범죄화에 맞서 인권을 제한 없이 옹호하자 미국 이민개혁의 쟁점과 우리의 자세 “어떤 인간도 불법이 아니다” 거주의 자격을 부여받...  
1986 이주노동자, 단속 피하다 추락... 생명 위독 file
이주후원회
15313   2006-05-03 2006-05-03 14:21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28247단속 계획 사전 통보 않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단속 사실 부인 오마이뉴스 | 윤성효(cjnews) 기자 불법체류 중이던 이주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달아...  
1985 Anwar is Free! 이주노조 아노와르 위원장이 석방되었습니다. file
이주후원회
13395   2006-04-21 2006-04-21 21:42
이주노동자방송국http://migrantsinkorea.net/webbs/view.php?board=mignews&id=269April 25, 2006- Seoul, Korea Anwar Hossain, President of the Migrants' Trade Union, was released from immigration detention today ...  
1984 아노아르 위원장이 말하는 이주노조의 역사 file
이주후원회
13590   2006-05-22 2006-05-22 11:10
이주노동자 방송국http://migrantsinkorea.net/험난한 길 끝에는 이주노동자들의 희망찬 미래 이주노동자 방송국이 개국 1년을 맞은 지난 5월 18일 오전,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1박2일로 외출을 나온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이 이...  
1983 여수외국인 보호소 화재참사 활동 평가 간담회 file
이주후원회
12683   2007-04-16 2007-04-16 16:38
여수외국인 보호소 화재참사 활동 평가 간담회(4월 13일) 지난 13일 민주노총에서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공대위)의 지난 활동 평가와 함께 이후 진행될 이주노동자 전반에 대한 대정부 대응(투쟁) 방향에 대...  
1982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간담회(07.04.28) file
이주후원회
10970   2007-05-04 2007-05-04 17:14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간담회(07.04.28) 4월 28일 13:00시 민주노총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늦은 감은 있지만 여수화재참사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의 심각성을 재확...  
1981 이주노조 대의원 대회(07.05.06) file
이주후원회
10715   2007-05-14 2007-05-14 21:08
2007년 05월 06일 이주노조(MTU) 대의원 대회 사진출처 :http://migrant.nodong.net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는 지난 2월 1일 1년 6개월의 기나긴 투쟁으로 서울고등법원을 통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설립...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