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투/쟁/결/의/문


우리는 밤낮으로 12시간 14시간을 일하며 공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3D 산업의 이주노동자이다. 우리는 3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이다. 우리는 오래 일 할수록 고용을 보장 받기는커녕 불법, 범죄자 신세가 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다. 우리는 남성 관리자와 사장의 성폭력에 고통 받는 여성 이주노동자이다. 우리는 프레스에 손이 찍히고, 위험한 약품에 중독되어 몸이 마비된 장애인 이주노동자이다. 빚더미와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땅에 온 우리는 이곳에서 비정규직이 되고, 범죄자 취급을 받고, 도망자가 되고, 성폭력을 당하고, 장애인이 되었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주었는가!

한국 정부이다. 이주노동자 스스로 일할 곳을 정할 수 없다는 것, 일하는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는 것, 1년마다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산업연수생제도 아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해왔던 한국 정부는 이제 그 착취를 한국 땅의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거기에다 불법이란 딱지를 붙여 강제단속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이 땅에서 비도덕적인 인생을 살아오지도 않았고 단지 떳떳하게 노동하며 살 수 있기만을 기대해 왔다. 도대체 무엇이 불법이고 미등록이란 체류자격 만료 그것이 얼마나 큰 죄란 말인가? 그런 이유만으로 한국정부가 같은 인간을 날마다 크게 다치게 만들고 때리고 죽어가게 만들고 이름만 보호소인 감옥에 강제 구금할 만한 이유가 된단 말인가? 이는 6월9일 발표된 국가인권위의 개선권고안에서도 잘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오랜 노동시간과 위험한 노동환경, 고용불안, 최저임금, 임금체불, 차별과 폭력! 이러한 것들을 거부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순간 우리는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한국 정부는 폭력적인 단속으로 협박과 프락치를 강요하고 우리의 인권마저 빼앗고 있다.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죽도록 일하다가 내쫓기고 있는 것이다.


단속으로부터 시작하려는 이주노동자 정책은 그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다. 미등록/등록 노동자를 갈라놓고 선별적인 단속을 통해 해결해 가는 한 강제단속은 그 자체로도 인권침해 일 수 밖에 없다. 해결책은 오직 하나뿐이다. 인권침해를 무조건 갖고오는 강제단속이 필요 없도록 만들기 위해 한국정부의 정책적 변화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일단 올 8월까지 30만에 달하게 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전면합법화가 전제되고 향후 미등록 신분으로 구조적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만 근본적인 해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에 우리는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다 죽이려 하는 단속추방 분쇄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만들고 있는 연수제도 철폐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쟁취하는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이주노동조합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과 이주노조 탄압 분쇄 투쟁을 결의한다!


2005년 7월 17일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쟁취 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