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의 편지
“실패한 고용허가제, 무덤으로 보내라”  


  
청주외국인보호소의 비인격적, 비위생적 실태를 편지로 알려왔던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방글라데시)이 이번에는 오는 17일로 시행 1년을 맞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견해를 전해 왔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탄압만 가하는 병에 걸린 제도”라며 “명백히 실패한 이 제도는 무덤으로 보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아노아르 위원장이 방글라데시어로 작성한 편지를 한글로 번역한 글. <편집자 주>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합법화하고 그들의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고용허가제 법안이 2003년 7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애초 정부는 외국인노동자 모두를 합법화 하겠다고 했지만, 12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장기 불법체류자)를 제도에서 제외시켰다.

정부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하나도 담지 않았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확장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이 제도는 자본가들이 이용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노예가 되어갔다.





한국에는 이미 97개국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음에도 MOU국가는 6개국에 불과했다. 그것은 전에 있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웃기는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음부터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수많은 사회단체, 인권단체, 문화단체, 노동단체, 정치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고용허가제 반대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농성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강제로 제도를 시행하면서 연합단속반을 만들었고, 2003년 11월15일부터 단속추방을 시작했다. 정부의 목표는 ‘2004년 8월17일 전에 12만 불법체류자(미등록이주노동자)를 강제추방 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이주노동자 유입하겠다’는 것. 하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제로라도 출국시키겠다던 정부의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예전보다도 더 늘어났다.

고용허가제가 통과되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검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정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2005년 3월 출입국법안을 개악하고 연합단속반에게 고무줄, 그물총, 가스총, 전기총, 새 막대기, 수갑을 쓰게 하면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단속반원들은 이러한 무기를 사용하면서 폭행을 휘두르는 등 비인간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그렇게 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이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정부의 이런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해도 정부는 힘을 이용해 자신의 행동들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여러 방법을 썼어도 아직까지 자기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고용허가제가 병에 걸린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많은 돈을 투자하고 많은 인력을 동원해 밤낮으로 단속을 펴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정부는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 탄압만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지구상의 모든 법들은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고용허가제와 같은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서 제도가 있는 것이지 제도를 위해서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를 만들면서도 권리를 빼앗고 탄압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태도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노동자는 자유롭게 일하고 자기 능력에 따라 대우 받을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런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제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실패한 제도임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를 가지고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05년 8월8일 청주보호소에서 아노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