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횡포,"이주노조 안돼"대법 "합법" 판결에도 아랑곳 없어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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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07  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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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10년째. 노동부는 아직도 이주노조에 노조 설립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더구나 대법원에서 이주노조합법 판결이 났음에도 신고 사항인 노조설립을, 작은 서류 문제를 트집잡아 사실상 허가권을 가진 양 휘두르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은 8년 만에 노동부가 이주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다른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임원명단과 규약을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청은 이번에는 이주노조가 근로조건의 개선과 유지를 위해 넣은 규약이 정치적 활동에 해당한다며 신고를 받아 주지 않고 있다.

  
▲ 이주노동자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조 설립필증을 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노동허가제 쟁취’는 노조의 목적에 필수적

지난 7월 23일 서울지방노동청은 규약 중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노동허가제 쟁취를 목적" 부분을 문제삼고 보완을 요구했다. 노동청은 이 부분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마목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들어 노동조합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은 노동청이 노조의 활동과 노동조합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이 구절 때문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할 수 없다는 것은 노조의 활동을 소극적이고 협소하게 해석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주노동자 합법화'는 이주노동자가 작은 법 위반으로 강제출국 당한다면 그것만으로 노동3권에 대한 근본적인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활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허가제' 또한 노동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우리 사회의 개선돼야 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지 정치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윤선호 노무사(경인이주노조 상담소장)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노동허가제'가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노조의 정의인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설립은 허가가 아니라 신고

조영관 변호사에 따르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마목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조가 정치단체, 정당의 하부조직으로 활동하거나 특정 정치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활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는 이 조항은 노조가 어떠한 정치활동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며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나 반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정치적 활동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 설립은 노동3권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권리며 국가가 설립을 허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신고제다. 조 변호사는 "노동청이 이런 식으로 심사해서 설립신고를 내주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근본적인 부분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호 노무사도 민주노총의 목적에 "통일 조국 민주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며, 노동청의 보완요구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청은 규약 보완과 함께 '재적조합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윤 노무사는 보통은 임원명부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며, 조합원 명단을 내라는 것을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조영관 변호사는 미국의 교사 노조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원금을 주는 등의 사례를 들며 노조가 정책 질의를 하고 지지의사를 밝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일이라고 했다. 또한 노조 활동을 하면 필연적으로 정책적 의견을 낼 수밖에 없고, 근로조건과 밀접한 정치적 활동은 오히려 권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주노동자들은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노동부의 보완요구가 탄압이라며 12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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