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대들에 폴란드 이주 노동자 피살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4년 전 폴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아르카디우스 유즈빅(40)은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30㎞ 떨어진 할로의 정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지난달 29일 저녁(현지시간) 유즈빅은 폴란드인 친구와 거리에 서서 폴란드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피자를 먹고 있었다. 그때 10대 청소년 6명이 갑자기 다가와 유즈빅을 때리고 발로 찼다. 유즈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숨을 거뒀고, 친구도 크게 다쳤다.

경찰은 3일 유즈빅을 살해한 용의자로 15살 소년 5명과 16살 소녀 1명을 체포했다. 목격자들은 “유즈빅은 폴란드어를 쓴다는 이유로 공격을 당했다”고 했고, 경찰은 이 사건을 외국인 혐오범죄로 보고 있다. 10대들이 체포된 날 할로에서는 폴란드계 이주민 수백명이 모여 유즈빅이 구타당한 곳에서 시내 교회까지 ‘침묵의 행진’을 했다. 폴란드계 인권운동가 빅토르 모스진스키는 “이번 사건은 그동안 폴란드 사람들이 영국에서 당한 것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영국에서 나고 자란 폴란드계 아이들조차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한다”고 말했다.

83만명이 넘는 폴란드계 이주민은 영국에서 가장 큰 외국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아르카디 리조스키 런던 주재 폴란드 대사는 “6월23일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인종차별적 공격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폴란드인은 집으로” 등 외국인 혐오를 나타내는 탈퇴 캠페인 문구가 등장했으며 국민투표 이후 일주일 동안 영국 전역에서 증오범죄가 1831건 발생했다.

비톨드 바슈치코프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3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 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과 만나 영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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