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없는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 ‘실효성’ 논란파이낸셜뉴스

  • 입력 : 2017.06.13 17:17 | 수정 : 2017.06.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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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 이해 못해도 교육증 발급..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 우려 


"사다리 최고층에서 일하는 것은 위험해요"

지난 9일 서울에서 진행된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이하 안전교육)에서 한 교육 강사가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설명에 나섰다. 안전교육은 건설업 현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것으로, 이날 교육생 중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에드메르씨(25)도 포함돼 있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그는 멍하니 강사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를 위한 통역은 없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에드메르씨만이 아니다. 이날 교육기관을 찾은 교육생 17명 가운데 7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20대 청년이 많았고 중국인 근로자도 1명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 교재로 한국인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어떠냐고 물으니 어눌한 말투로 "몰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도 별도 안전교육은…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서 미숙한 언어와 미숙련으로 인해 산업재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율은 2008∼2009년 0.7%대에서 2013년 0.84%로 증가했다. 국내 전체 재해율 0.59%(2013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차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자 신청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며 "안전교육 대부분이 한국어로 진행되고 이주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 안전교육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건설현장 산업재해 위험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고용부가 발표한 '2017 3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 1~3월 사망자는 489명이고 그 중 32.9%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업에 대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업에 뛰어드는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안전교육기관 관계자는 "최근 한국인 기초안전교육 수강생은 줄지만 외국인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 없는 안전교육.. 강의만 들으면 끝 

게다가 안전교육 내용 역시 이론 위주였다. 교육현장에는 안전모나 심폐소생술용 마네킹 등이 있었으나 활용되지 않았다. 교육생들이 몸으로 체험하는 것은 없었다. 매 교시 모 방송사나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작한 영상을 봤을 뿐이다. 교육시간 외국인 근로자와 한국인 교육생 대부분 엎드려 있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김모씨(50)는 "민방위훈련보다 더 지루하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한 외국인 근로자는 교육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휴대폰으로 한국어 단어 찾기에 급급했다. 이들은 마지막 4교시 안전교육을 마친 뒤 사진이 들어간 '건설 기초안전보건교육증'을 받았다.
 교육 내용의 이해 여부와 상관 없이 외국인 근로자들은 서로 사진을 돌려보며 웃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외국인에 대한 통역 지원은 별도로 하고 있지 않지만 13개 나라 언어로 번역된 자료를 제작했다"며 "일본 같은 경우 교육 이후 시험을 통해 일정 점수 이상만 이수증을 발급한다. 추가 교육이나 직종별로 전문화된 교육 제공 계획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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